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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요 속 흑사병의 그림자, 「Ring a Ring o’ Roses」

손현주 Sep 17, 2026

동요 속에 숨은 역병의 그림자, 「Ring a Ring o’ Roses」

아이들이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다가 마지막에 한꺼번에 주저앉는 놀이 노래가 있다.

Ring-a-ring o’ roses,

A pocketful of posies,

A-tishoo! A-tishoo!

We all fall down.

미국에서는 흔히 “Ring around the rosie”라고도 부르는 이 동요는, 오랫동안 흑사병의 공포를 담은 노래로 해석되어 왔다.

‘장미의 고리’는 흑사병 환자의 피부에 나타난 반점, ‘꽃다발 가득한 주머니’는 악취와 전염을 막기 위해 지니고 다닌 향기로운 허브, ‘에취!’는 병의 증상, 그리고 마지막의 “We all fall down”은 죽음을 뜻한다는 것이다. 순진한 놀이의 몸짓이 사실은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져 가던 역병의 기억이라는 해석은, 그래서 유난히 섬뜩하게 다가온다.

흑사병은 중세부터 근대까지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곤 했다. 당시 사람들은 병이 나쁜 냄새와 오염된 공기, 곧 ‘독기’에서 온다고 믿었다. 과학적 의학 지식과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던 시대, 사람들은 라벤더·로즈메리·정향처럼 향이 강한 식물과 꽃을 몸에 지니거나 코에 가까이했다. 17세기 유럽의 이른바 ‘페스트 의사’가 썼다고 전해지는 새부리 가면의 부리 안에도 향료와 약초를 넣었다고 한다. 그들은 향기가 병든 공기를 막아 줄 것이라 믿었던 것이다.

이 동요가 실제로 흑사병에서 비롯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는 없다. 현재 확인되는 영어권 기록은 19세기 후반의 것이며, 14세기 흑사병이나 1665년 런던 대역병 당시 이 노래가 불렸다는 자료는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흑사병의 전형적인 증상은 ‘장밋빛 발진’이나 재채기보다는 고열, 오한, 심하게 부은 림프절 등이었다.

따라서 「Ring a Ring o’ Roses」는 흑사병을 직접 기록한 노래라기보다, 후대 사람들이 역병의 공포와 연결해 읽어 낸 가장 유명한 동요 가운데 하나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 하지만 바로 그 해석이 오래 살아남았다는 사실 자체가 의미심장하다. 런던과 유럽의 사람들에게 역병은 너무도 압도적인 기억이었고, 사람들은 꽃향기와 주문 같은 말, 그리고 함께 손을 잡는 놀이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공포를 견디고자 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으로 시작해 “우리는 모두 쓰러진다”로 끝나는 이 동요는, 사실 여부와 별개로 서양 문화권에서 역병의 시대를 얼마나 어둡고 무서운 것으로 기억하는지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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