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anges and Lemons」, 종소리로 읽는 런던의 교회들
동요 「Oranges and Lemons」에 담긴 런던 교회 종소리와 도시의 기억을 따라가 봅니다.
아이들이 줄지어 서서 부르는 짧은 동요가 있다.
Oranges and lemons, say the bells of St Clement's.
You owe me five farthings, say the bells of St Martin's.
「Oranges and Lemons」은 과일 노래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런던의 교회 종소리를 따라 도시를 걸어 보는 노래에 가깝다. 지난 글에서 동요 「Ring a Ring o’ Roses」가 역병의 기억과 만나 어떻게 오래된 도시의 불안을 품게 되었는지 살펴보았다면, 이번에는 종소리를 따라 17세기 런던의 거리와 사람들을 만나 보자.
이 노래의 초기 형태는 1665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가사가 그때와 꼭 같았는지는 알 수 없고, 지역과 시대에 따라 더 많은 교회가 등장하는 긴 버전도 전해진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핵심은 분명하다. 교회의 종이 서로 말을 주고받는 듯한 이 노래는, 수많은 교회가 빽빽했던 옛 런던의 소리 지도다.
“St Clement's”는 대개 시티 오브 런던의 이스트칩에 있는 성 클레멘트 교회를 가리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St Martin's”는 중세 런던의 성 마틴 오르가르 교회일 가능성이 크다. “당신은 내게 다섯 파딩을 빚졌어요”라는 대목은 이 일대에서 돈을 빌려주던 사람들과 빚을 진 사람들의 현실을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이 흥얼거리는 노래 한 줄 안에 당시 런던의 상업과 신용, 생활의 압박이 스며 있는 셈이다.
St. Clement's Church, King Square, London
노래는 다시 올드 베일리로 향한다.
When will you pay me, say the bells of Old Bailey.
When I grow rich, say the bells of Shoreditch.
올드 베일리는 법정의 이름이지 교회의 이름은 아니다. 이 대목에서 들리는 종은 아마도 길 건너편 성 세풀크리 교회의 종이었을 것이다. 중세와 근대의 뉴게이트 감옥에는 빚을 갚지 못해 갇힌 사람들도 많았다. “언제 갚을 거니?”라는 질문과 “부자가 되면”이라는 대답이 어딘가 씁쓸하게 들리는 이유다. 런던의 종소리는 예배의 시간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시장과 법정, 감옥 곁에서 시민들의 하루를 함께 지나갔다.
동쪽으로 더 가면 스테프니의 성 던스턴 교회가 나온다. 한때 템스강을 오가는 선원들에게 중요한 교회였던 이곳의 종은 노래 속에서 “언제가 될까?” 하고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치프사이드의 세인트메리르보 교회, 곧 ‘보의 큰 종’이 답한다.
I do not know, say the great bells of Bow.
보 종소리는 런던 사람들에게 특히 각별했다. 그 소리가 닿는 곳에서 태어난 이를 ‘진짜 코크니(진짜 런던 토박이라는 뜻)’라고 부르는 전통도 여기서 나왔다. 1666년 런던 대화재로 교회와 종탑이 불타 사라졌고, 지금의 세인트메리르보는 크리스토퍼 렌의 재건과 뒤이은 여러 복원의 시간을 거쳐 다시 도시 한가운데 서 있다. 사라졌다가 되돌아온 종소리 자체가, 불과 전쟁을 지나온 런던의 기억처럼 느껴진다.
St. Mary-le-Bow Church, London
오늘의 런던에서 이 노래를 따라가려면 시티 오브 런던의 이스트칩과 치프사이드부터 걸어 보면 좋다. 성 클레멘트 교회가 있는 골목에서 출발해 세인트메리르보의 종탑을 올려다보고, 올드 베일리의 성 세풀크리 교회까지 걸으면 된다. 노래 속 스테프니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템스강과 동런던을 향해 도시가 뻗어 가던 방향을 상상하게 해 준다.
문학은 꼭 두꺼운 소설 속에만 있지 않다. 아이들이 반복해서 부른 몇 줄의 노래도 한 도시의 지도와 직업, 빚과 재판, 신앙과 소속감을 담아 낸다. 다음에 런던의 오래된 교회 앞을 지날 때,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여 보자. 눈에 보이지 않는 종소리들이, 한때 이 도시를 어떻게 이어 주었는지 들려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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