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마법과 욕망의 드라마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는 한 인간의 권력욕이 어떻게 죄책감과 폭정, 그리고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보여 주는 비극이다. 그러나 권력욕과 배신의 처절한 댓가를 치러야했던 야심찬 장군의 이야기 뒤에는 17세기 초 영국의 불안한 정치 상황과 새 국왕 제임스 1세를 향한 셰익스피어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1603년 엘리자베스 1세가 후계자 없이 세상을 떠나자, 스코틀랜드 왕 제임스 6세가 잉글랜드 왕 제임스 1세로 즉위했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왕이 잉글랜드 왕좌까지 이어받은 이 순간은 두 왕국의 결합을 상징했지만, 동시에 새 왕에게는 자신의 통치가 정당하다는 사실을 보여 줄 필요가 있는 시기이기도 했다. 특히 1605년 가톨릭 세력이 국왕과 의회를 폭파하려 했던 화약음모사건은 왕권과 종교, 충성의 문제가 얼마나 예민했는지를 드러낸다.
셰익스피어는 왕의 극단이 된 ‘킹스맨’의 작가이자 배우였다. 그는 이런 정치적 분위기 속에서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맥베스》를 썼다. 작품 속에서 던컨 왕을 살해하고 왕위를 빼앗은 맥베스는 결코 안정된 통치자가 되지 못한다. 반면 정통 왕가의 후계자인 맬컴은 끝내 질서를 회복한다. 왕을 살해해 권력을 얻는 행위는 파멸로, 정당한 혈통과 질서를 되찾는 일은 회복으로 이어진다는 구도는 제임스 1세의 왕권을 찬양하는 메시지로 읽힌다.
뱅쿠오의 존재도 흥미롭다. 마녀들은 맥베스에게 왕이 될 것이라고 예언하는 동시에, 그의 동료 뱅쿠오에게는 “왕들이 될 자들의 선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당시 스튜어트 왕가가 뱅쿠오의 후손이라는 계보가 널리 알려져 있었던 만큼, 뱅쿠오를 충직하고 고결한 인물로 그림과 동시에 마녀들의 입을 통해 제임스 1세의 왕가가 오래전부터 운명적으로 정해져 있었다는 메시지를 대중에게 세련되게 알리는 일종의 정치적 제스쳐이기도 했다.
《맥베스》에서 마녀는 단순한 공포 장치가 아니다. 세 마녀의 예언은 맥베스의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욕망을 깨우고, 그가 스스로 파멸의 길을 선택하게 만든다. 제임스 1세는 직접 《악마연구》를 집필할 만큼 마법과 마녀에 관심이 컸다. 셰익스피어의 여타 작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마녀와 환영, 예언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맥베스》는 여러 면에서 제임스 1세의 취향을 저격하고 있는 셈이다.
극의 후반부, 아내 레이디 맥베스의 죽음을 전해 들은 맥베스의 독백은 이 작품에서 가장 유명한 대목이다.
그에게 인생은 “잠시 무대 위에서 우쭐대고 떠들다가 사라지는 가련한 배우”이며, 결국 “소리와 분노로 가득하지만 아무 의미도 없는 바보의 이야기”처럼 보인다. 왕이 되기 위해 저지른 살인과 배신, 권력을 지키기 위해 이어 간 폭력의 끝에서 맥베스가 발견한 것은 영광이 아니라 공허였다.
그래서 《맥베스》는 왕권을 둘러싼 당대 정치의 작품이면서도, 지금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내가 바라는 미래를 위해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서, 나는 어떤 의미를 발견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