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읽는 문학, 문학으로 읽는 도시

셰익스피어의 런던, 극장과 연극의 도시

손현주 Sep 14, 2026

셰익스피어가 활동한 16세기 말 런던은 빠르게 팽창하던 도시였다. 템스강 남쪽의 서더크는 런던 시의 엄격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곳으로, 술집과 오락 시설, 동물 싸움장이 모여 있었다. 이곳은 곧 사람들이 이야기를 보고 즐기는 새로운 공간, 극장가로 변모했다.

로즈, 스완, 글로브 같은 극장은 강변을 따라 들어섰다. 지붕이 열린 원통형의 극장에서는 뚫린 천장으로 들어오는 햇빛 아래 공연이 펼쳐졌고, 다양한 계층의 관객이 함께 웃고 환호했다. 연극은 일부 특권층만의 문화가 아니라 도시의 소문과 정치, 사랑과 욕망을 함께 나누는 대중적 오락이었다. 당시 런던 인구의 1/4이 연극을 보러갔다고 하니 거의 모든 사람이 극장에 갔으리라 추측된다. 신문도 방송도 없던 시절, 몇 푼의 돈으로 가장 싼 마당 좌석에서 울고 웃는 연극을 본다는 것은 아마도 당대 최고의 여흥거리였을 것이다.

셰익스피어 당시에는 여성의 무대 출연이 허용되지 않아 여성 배역은 변성기 전의 소년 배우들이 맡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이 소년이었다니… 1997년 복원된 글로브 극장은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이 공연된 대표적인 장소였고, 오늘날에도 그의 연극 세계를 가장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오늘의 런던에서 셰익스피어를 만나는 길

셰익스피어의 런던을 경험하고 싶다면 템스강 남안의 뱅크사이드에서 여행을 시작해 보자. 먼저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을 찾아 당시 극장의 구조와 무대를 살펴보고, 가능하다면 공연 관람을 하는 것도 좋다. 약 400년 전 관객들이 빽빽이 모여 희극과 비극을 즐기던 풍경을 상상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글로브를 나와 강변의 뱅크사이드를 걸으면, 이곳이 한때 극장과 여관, 온갖 오락이 모였던 런던의 활기찬 문화 지구였음을 느낄 수 있다. 이어 가까운 서더크 대성당에 들러 셰익스피어를 기리는 기념 조각과 스테인드글라스를 만나 보자. 화려한 극장가와 고요한 성당을 함께 걷는 경험은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도시의 여러 얼굴을 보여 준다.

여정의 마지막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시인 코너로 정하면 좋다. 셰익스피어의 실제 묘는 고향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 있지만, 이곳에는 그를 기리는 기념상이 있다. 런던의 극장에서 출발한 한 극작가가 오늘날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이름이 되기까지의 시간을 되짚어 볼 수 있는 장소다.

셰익스피어를 읽는 일은 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글로브의 무대와 뱅크사이드의 강변, 서더크의 골목, 웨스트민스터의 기념비를 따라 걷다 보면 연극으로 살아 숨 쉬던 당시 런던이 조금 더 또렷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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